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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가 다 벌었는데 왜 나눠?" 삼성전자 성과급 쪼개기 논란, 총파업 이틀 전 일촉즉발

하성령·


2차 사후조정 첫날 회의 마친 노사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왼쪽)과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첫날 회의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촬영 김주성] 2026.5.18 utzza@yna.co.kr



이틀 뒤(21일)로 다가온 사상 초유의 총파업을 막기 위해
삼성전자 노사가 세종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마지막 대화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들려온 소식은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꼬여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금 갈등의 핵심은 단순히 "보너스를 총 얼마 줄 것인가"가 아닙니다. "돈을 엄청나게 잘 번 부서(메모리)와 적자를 낸 부서(비메모리)가 성과급을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가"라는, 이른바 '가족 간의 밥그릇 싸움'이 터진 것입니다. 파업이라는 파국을 코앞에 두고 터져버린 삼성의 서글픈 집안싸움 속사정을 아주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적자 부서도 똑같이" 노조의 70% 공통분배 vs "성과주의 위배" 사측의 대립

이번 막판 협상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재원의 '배분 비율'입니다. 노조는 반도체(DS) 부문이 벌어들인 성과급 재원 중 70%는 부서 실적과 상관없이 전체가 똑같이 나눠 갖고, 나머지 30%만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안을 내놨습니다. 적자가 난 사업부 직원들도 다 같이 고생했으니 격차를 최대한 줄여서 챙겨주자는 뜻입니다.

하지만 사측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삼성 반도체는 역대급 흑자를 냈지만, 이건 100% 디(D)램과 낸드플래시를 만드는 메모리 사업부가 벌어온 돈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두뇌를 만드는 시스템LSI나 위탁생산을 하는 파운드리 부문은 오히려 수조 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죠. 사측은 돈을 못 번 부서에까지 70%나 공통으로 묶어 수억 원대 성과급을 보장하는 것은 열심히 일한 흑자 부서에 대한 역차별이자, 삼성의 근간인 '성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2.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인데..." 삼성 내부에서 터져 나온 흑자 부서의 분통

이 협상 내용이 알려지자 삼성전자 사내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불바다가 됐습니다. 실제로 돈을 벌어온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밤새워 가며 번 돈을 왜 적자 낸 부서에 퍼주느냐", "노조가 앞장서서 성과주의를 망치고 있다"라며 노조를 향한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낸 만큼 보상받는 것이 당연한 대기업 문화에서, 무조건적인 '엔분의 일(N분의 1)'식 분배 요구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위화감과 갈등을 낳고 있는 셈입니다. 노조가 사측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마음까지 돌아서게 만들면서, 파업을 지지하던 여론도 급격히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



3. '과반수 노조'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집행부의 정치적 딜레마

그렇다면 노조(초기업노조)는 왜 이렇게 내부 반발까지 감수하며 적자 부서 챙기기에 집착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이를 노조의 '정치적 생존 문제'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최근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 조합원들이 "반도체 위주로만 돌아가는 노조에 더는 있기 싫다"며 대거 탈퇴하면서, 노조원 수가 7만 6,000명에서 7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거머쥔 '법적 과반 노조' 지위가 흔들리자, 노조 집행부로서는 현재 반도체 부문 내에 있는 2만여 명의 비메모리(적자 부서) 직원들의 표심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황에 부딪힌 것입니다. 결국 전체의 이익이 아닌 노조의 세력 유지를 위해 무리한 요구를 굽히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일본 노동운동의 위기와 사회운동 노조주의




4. 전사(全社) 기준으로 평화를 지키는 일본 대기업들의 현명한 분배 방식

우리와 비슷한 대기업 구조를 가진 일본의 경우, 이러한 부서 간의 감정싸움과 노조 분열을 막기 위해 아주 독특한 방식을 씁니다. 도요타나 소니 같은 일본의 거대 기업들은 성과급을 줄 때 사업부별 계산기를 따로 두드리기보다, '회사 전체의 연결 실적'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일본의 임금협상 뉴스를 보면 항상 "올해 성과급은 기본급의 5.5개월 치로 타결" 같은 표현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특정 부서가 일시적으로 적자를 내더라도 "우리는 하나의 배를 탄 원팀"이라는 개념이 강해서, 한국처럼 "네 부서는 적자니까 0원, 우리 부서는 흑자니까 연봉의 50%" 식의 극단적인 격차를 두지 않습니다. 대신 기본급을 탄탄하게 올리고 성과급은 전사 기준으로 예측 가능하게 분배함으로써, 삼성처럼 부서 간에 "네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하며 내부 총질을 하는 부작용을 원천 차단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양진경


5. 긴급조정권 카드까지 만지작...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 반도체의 운명

이제 파업까지 남은 시간은 단 이틀뿐입니다. 노조의 정치적 계산과 사측의 명분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충돌하면서 극적 타결의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적자 분배율 싸움 때문에 협상이 완전히 깨지고 파업이 강행되면, 정부가 국가 경제 마비를 막기 위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합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은 강제로 중단되지만, 노사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최악의 상처만 남게 됩니다.

대만의 TSMC를 비롯한 글로벌 경쟁사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쟁터에서, 내부 밥그릇 싸움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삼성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부디 남은 시간 동안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대한민국 반도체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현명한 합의를 도출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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